우리는 매일 몸을 씻고, 방을 정리하며, 끼니를 챙깁니다. 이러한 행위들을 잠시만 멈추어도 주변은 어질러지고, 우리의 몸은 병들거나 무기력해질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을 넘어, 자연의 거대한 법칙에 맞서 질서를 지키려는 생명의 본능과도 같습니다.

자연은 본질적으로 무질서를 향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바로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으로 설명됩니다. 모든 고립된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무질서해지려는 성질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려는 놀라운 존재입니다. 과연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요?

우주를 지배하는 무질서의 법칙, 그리고 생명의 저항

엔트로피는 단순히 ‘혼돈’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한 시스템이 가질 수 있는 가능한 상태의 수가 많아지는 것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 물 분자들은 훨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무질서도가 높아집니다. 자연은 이처럼 ‘자유도가 높은’ 방향,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선호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주 전체를 관통하는 자연의 근본적인 경향입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이러한 보편적인 흐름에 정면으로 저항합니다. 세포 속 단백질은 정교하게 배열되고, DNA는 오차 없이 복제되며, 손상된 신체 조직은 끊임없이 복구됩니다. 이는 마치 자연이 아래로 향하는 비탈길이라면, 생명은 그 비탈길을 거슬러 오르려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생명의 노력은 단순한 유지를 넘어, 복잡하고 고도화된 질서를 끊임없이 창조하고 유지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입니다.

에너지를 연료 삼아, 생명은 질서를 창조합니다

생명이 무질서의 법칙에 저항하며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생명체가 고립된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생명체는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에너지를 활용하여 스스로의 구조를 유지하고 더욱 복잡성을 키워갑니다.

예를 들어, 식물은 태양 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통해 자신을 구성하는 유기물을 만들고 성장합니다. 동물은 먹이의 에너지를 통해 체온을 유지하고 대사를 조절하며 움직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명은 자신 내부의 질서를 정돈하고 유지하지만, 그 대가로 자신이 받아들인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엔트로피를 열이나 폐기물의 형태로 외부로 방출합니다. 즉, 생명은 전체 우주의 엔트로피는 증가시키되, 자신 내부의 질서는 유지하는 매우 영리하고 전략적인 생존 방식을 택하는 것입니다.

엔트로피를 ‘이기는’ 착각을 넘어, 생명의 지혜로운 전략

종종 “생명은 엔트로피를 이긴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마치 생명이 자연의 법칙을 초월하거나 위배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실 생명은 열역학 제2법칙을 정교하게 ‘활용’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열역학 제2법칙은 ‘고립된 계’에만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외부 환경과 끊임없이 에너지를 교환하는 ‘열린 계’입니다. 생명은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자신의 질서를 유지하는 동안, 그 과정에서 더 많은 무질서를 외부로 전가하는 방식으로 엔트로피의 법칙 안에서 지혜롭게 생존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하루에 약 2천 칼로리의 에너지를 섭취하여 체온 유지, 운동, 뇌 활동 등 내부 질서를 지키지만, 그 대가로 열, 이산화탄소, 폐기물 등 더 많은 무질서를 외부로 배출합니다. 이는 엔트로피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우주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것입니다.

무질서의 파도 위, 질서의 결정체를 피워내는 생명

생명은 단순한 질서의 유지를 넘어섭니다. 복잡한 질서를 새롭게 창조하고, 나아가 다음 세대로 그 질서를 정교하게 전이시키는 경이로운 능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유전 정보의 정확한 복제, 세포 분열, 그리고 수억 년에 걸친 진화의 흐름은 모두 질서를 유지하거나 더욱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단순한 기계적인 반응이 아니라는 점에서, 생명은 그 자체로 질서 창출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인류는 기술과 문명을 통해 질서를 극대화해왔습니다. 언어, 도시, 사회 시스템, 예술과 과학은 모두 무질서한 자연 속에서 탄생한 질서의 위대한 결정체들입니다. 결국 생명은 우주가 허락한 가장 창조적인 예외일지도 모릅니다. 우주는 점점 더 무질서해지지만, 그 한가운데서 생명은 에너지와 정보를 활용해 스스로를 조직하고, 미래로 나아가며, 심지어 다른 생명까지 창조합니다. 이처럼 생명은 엔트로피를 ‘이긴다기보다’, 그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역동적으로 살아남는 법을 아는 존재입니다.

생명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며, 그 기적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주의 질서 속에서 질서에 저항하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존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