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형 당뇨병을 앓고 계시거나 혈당 관리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단어를 익히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흔히 이를 "인슐린이 세포의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제대로 못 하여, 혈액 속의 당분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마치 세포가 에너지가 부족해 굶주리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만약 세포가 정말로 에너지가 부족해 굶주리고 있다면, 왜 당뇨병 환자의 체중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경우가 많을까요? 왜 간에는 지방이 가득 쌓이는 것일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열쇠와 자물쇠' 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모순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제2형 당뇨병의 진실인 '넘침 현상(Overflow Phenomenon)'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당뇨 상식의 오류: 세포는 굶주린 것이 아니라 넘쳐납니다
우리는 흔히 인슐린 저항성을 '고장 난 자물쇠'로 오해합니다. 인슐린(열쇠)이 세포(문)를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아 포도당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몸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 문을 억지로 열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세포는 굶주려 문을 닫아건 것이 아닙니다. 이미 포도당으로 가득 차서 더 이상 들어올 공간이 없기 때문에 문을 열지 않는 것입니다. 세포는 에너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과도한 당으로 배가 터질 지경인 상태입니다. 이처럼 세포 내부에 당분이 넘쳐흐르는 현상이 바로 제2형 당뇨병의 핵심 원리입니다.
텅 빈 방이 아닌,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지하철
세포가 당으로 가득 찬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의 꽉 막힌 '지옥철'을 상상해 보십시오. 여기서 세포는 지하철 객차이고, 인슐린은 승객을 태우는 역무원, 그리고 포도당은 탑승하려는 승객입니다. 열차가 역에 도착해 문이 열리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객차 안은 이미 이전 정거장에서 탄 승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승객(포도당)들이 아무리 타려고 해도 물리적인 공간이 없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결국 승객들은 승강장(혈액)에 남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고혈당의 진짜 원인입니다. 혈액 속에 당이 넘쳐나는 이유는 세포가 당을 거부해서가 아니라, 세포 내부에 이미 당이 포화 상태라 밖으로 흘러넘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포가 문을 닫는 것은 결코 고장이 아니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인 것입니다.
인슐린 치료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이유
이러한 '넘침 현상'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당뇨병 치료법이 왜 한계를 가지는지 명확해집니다. 승객이 가득 찬 지하철에 억지로 사람을 밀어 넣기 위해 '푸셔(Pusher)'를 고용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몸에서 인슐린 주사나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물은 바로 이 '지하철 푸셔'와 같습니다. 약물의 힘을 빌려 이미 꽉 찬 세포 속으로 포도당을 강제로 구겨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시적으로 혈액 속의 당 수치는 떨어져 혈당계의 숫자는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포 내부는 더욱 과도한 당으로 꽉 차게 되고, 터질 듯한 압력은 더 심해집니다. 우리 몸은 바보가 아닙니다. 세포가 인슐린에 저항하는 것은 죽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과도한 당 독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 본능입니다. 생물학적으로 '저항성'은 과도한 자극에 대한 방어 기제입니다. 시끄러운 소음이 지속되면 귀가 무뎌지는 것처럼,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내성균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 몸도 인슐린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고인슐린혈증) 이에 대한 저항성을 키웁니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에게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과다 투여하는 실험을 했을 때, 불과 며칠 만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인슐린 자체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원인인 것입니다. 높은 인슐린 수치는 비만을 부르고, 비만은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가 됩니다.
지방간의 역설을 풀고, 해결책을 찾아서
기존의 '세포 굶주림(자물쇠-열쇠)' 가설이 틀렸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바로 지방간입니다. 인슐린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간에 "지방을 새로 만들라(지방신생합성)"고 지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세포가 인슐린에 저항하여 문을 닫아걸고 굶주리고 있다면, 지방을 만들 재료(포도당)도 들어오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방간은 생기지 않아야 정상입니다. 건축 자재가 없는데 어떻게 집을 짓겠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거의 예외 없이 지방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포가 굶주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넘쳐나는 포도당을 처리하기 위해 간이 필사적으로 당을 지방으로 바꾸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당이 너무 많아 지방으로 변환되어 간에 쌓이고, 이 지방이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것입니다. 제2형 당뇨병은 세포 속에, 그리고 우리 몸 전체에 당분이 너무 많이 쌓여서 생기는 '넘침 현상'입니다. 꽉 찬 여행 가방에 억지로 옷을 더 쑤셔 넣으려다가는 지퍼만 고장 날 뿐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야 합니다.
약물로 당을 세포 안으로 숨기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더 이상 당을 집어넣지 말아야 합니다(당분과 정제 탄수화물 제한). 둘째, 이미 몸속에 가득 찬 당을 태워 없애야 합니다(간헐적 단식 등을 통한 공복 유지). 우리 몸은 비워낼 때 비로소 치유를 시작합니다. 세포의 문을 억지로 여는 것이 아니라, 세포 안의 짐을 덜어주는 것, 그것이 건강을 되찾는 올바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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