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주인은 ‘마음’이 아니라, ‘몸’일지도 몰라요
“이 사람이다!”는 사실 호르몬의 외침입니다
누군가를 처음 봤을 때, 이유도 없이 가슴이 뛰고 눈을 떼지 못했던 경험 있으신가요? ‘첫눈에 반했다’는 그 말, 로맨틱한 것 같지만 뇌 속에서는 이미 정교한 화학작용이 시작된 겁니다.
바로 ‘갈망’ 단계에 해당하는 순간이죠. 이 시기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활발히 분비되며, 우리가 상대에게 본능적으로 끌리도록 만듭니다.

“설렘은 마음이 아니라 생물학입니다.”
진화적으로도 이 단계는 종족 번식을 위한 본능의 반응입니다. 그러니 그 순간의 감정이 아무리 강렬해도, 너무 당황하지 마세요. 몸이 먼저 반응한 것뿐이니까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아”는 그냥 말이 아니에요
마음이 가는 정도가 아니라, 손에 땀이 나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지금 ‘홀림’ 단계에 진입하신 겁니다. 이때부터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이 무대에 오릅니다.
특히 도파민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데요, 코카인 같은 마약도 이 회로를 통해 강한 쾌감을 유발합니다. 사랑에 빠진 상태가 마약처럼 중독적이라는 말, 과장이 아니에요.
노르에피네프린은 심장을 뛰게 하고, 밤을 지새우게 만듭니다. 세로토닌 수치는 오히려 감소하면서 불안하고 집착하게 되죠. 이쯤 되면 “왜 이 사람 생각만 나지?”라는 고민도 자연스럽습니다.
사랑에 빠진 당신, 사실은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거예요. 낭만의 그림자 속엔 뇌과학이 숨어 있답니다.
“편안해, 믿을 수 있어” 그게 진짜 사랑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서로를 편안하게 느낀다면, 이제는 ‘애착’ 단계로 접어든 겁니다. 이때 활약하는 호르몬은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 이 둘은 우리가 상대와 신뢰를 형성하고, 긴 관계를 이어가게 해줍니다.
포옹, 키스, 성관계, 따뜻한 대화—모두 옥시토신을 자극합니다.
이 호르몬은 ‘포옹 호르몬’ 또는 ‘사랑 호르몬’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에게 안정감과 유대감을 부여하죠. 실제로 바소프레신 수치가 높은 남성일수록 배우자에게 더 헌신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결국 오래 가는 사랑이란, 불꽃보다 체온과 호르몬의 신뢰로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행복도 감정이 아니라 ‘분비’입니다
사랑 이야기만큼 중요한 건 바로 행복이죠.
그런데 우리는 행복을 ‘기분’으로 착각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그것도 호르몬의 결과입니다.
기분이 좋아질 때, 뇌에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활발히 움직이고, 통증을 줄이는 엔도르핀도 동반 출격합니다. 그리고 관계 속 신뢰와 유대를 책임지는 옥시토신까지—행복은 마치 4중주처럼 조화로운 호르몬 협연입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운동 후 개운한 기분, 강아지와의 교감, 햇살 좋은 날 산책… 모두 이 호르몬들을 자극하는 순간들이죠. 그러니 행복해지고 싶다면, 거창한 일이 아니라 작은 호르몬 루틴을 만들면 됩니다.
“개가 주인을 더 사랑한다고요?”
흥미로운 실험이 있어요. 신경과학자 폴 잭은 개와 고양이의 옥시토신 수치를 비교했는데요, 주인과 10분간 놀고 난 뒤 개는 57% 상승, 고양이는 12% 상승했다고 합니다.
“과학적으로도 개가 주인을 더 사랑한다”는 이 귀여운 결론은, 옥시토신이 동물의 애착과 유대감에도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예요.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엄마, 연인의 손을 잡는 순간—모두가 옥시토신의 마법 아래 있는 거죠.
호르몬과 잘 지내는 삶, 그것이 행복의 비결
감정이 이유 없이 요동칠 때, 가끔은 너무 인간적인 게 싫어질 때도 있죠.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은 호르몬이라는 보이지 않는 설계자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몸을 돌보고, 충분히 자고,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햇살을 쬐는 아주 단순한 행동들이 우리를 더 나은 상태로 이끌 수 있어요. 감정은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조절 가능하고, 훈련될 수 있고,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이 불안하고, 행복이 멀게 느껴질 땐 이렇게 속삭여 보세요.
“호르몬아, 오늘은 우리 잘 지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