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잠’을 말할 때 ‘멜라토닌’을 말해야 하는가
하루를 온전히 회복하는 힘은 결국 ‘잠’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그 수면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호르몬이 바로 멜라토닌입니다. 흔히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멜라토닌은 단지 잠을 유도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 몸 전체를 조율하는 중요한 조절자 역할을 합니다.

생체 시계를 작동시키는 호르몬, 멜라토닌
멜라토닌은 뇌의 송과선에서 분비되며, 해가 지고 어두워질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생성되기 시작합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가장 많이 분비되고, 아침 햇빛이 들어오면 분비가 멈춥니다. 이처럼 빛과 어둠의 주기에 맞춰 움직이는 멜라토닌 덕분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밤에 잠들고 아침에 깨어나는 생체 리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리듬은 단지 수면의 문제가 아니라, 체온·혈압·소화·면역·호르몬 분비까지 전신에 걸쳐 영향을 줍니다. 수면을 잘 취하지 못하면, 이러한 기능이 차례로 무너집니다. 결국 멜라토닌은 생체의 기본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 요소입니다.
단순한 수면 호르몬이 아니다 — 멜라토닌의 다층적 역할
멜라토닌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입니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노화를 촉진하며, 유전자 변형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입니다. 멜라토닌은 이 활성산소를 안정된 물질로 전환시켜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면역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멜라토닌 수용체는 백혈구 속에도 존재하며, 면역 반응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필요한 면역 반응은 활성화하는 정교한 균형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렙틴 분비 조절, 혈압 안정화에도 기여합니다. 밤에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면 렙틴 호르몬의 과잉 활동을 억제해 비만 위험을 낮추고, 혈관의 수용체를 통해 혈압을 조절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수면 부족이 불러오는 멜라토닌 결핍
짧은 수면이나 교대 근무 등으로 생체 리듬이 흐트러지면, 멜라토닌의 분비도 급격히 감소합니다. 특히 야간 근무자나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멜라토닌 수치가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야간 근무자의 경우 멜라토닌 대사산물 수치가 낮고, 이로 인해 만성 피로, 소화 장애, 면역력 저하뿐 아니라 유방암, 전립선암,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멜라토닌 생성에 불리한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인공 조명, 밤늦은 야식, 불규칙한 수면 패턴은 모두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하는 요인입니다.
멜라토닌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멜라토닌의 원활한 분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하루 7시간 이상이며, 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햇볕을 자주 쬐는 것도 중요합니다. 낮에 밝은 빛을 충분히 받는 것이 밤의 멜라토닌 분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밤에는 스마트폰이나 조명을 줄여야 멜라토닌이 잘 분비됩니다.
이 밖에도 트립토판이 풍부한 음식(예: 바나나, 견과류, 우유 등)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멜라토닌의 전구체인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을 통해 합성되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노화를 위한 첫걸음은 ‘숙면’입니다
멜라토닌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감소합니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통해 어느 정도는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숙면은 단순히 피로 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균형 유지, 노화 방지, 정신 건강 유지의 핵심입니다.
하루를 회복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가장 정직하고 확실한 방식은 잘 자는 것입니다. 이 단순한 원칙이야말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전략입니다.